제목   우리에게 교훈을 주는 이야기[약은 토끼의 죽음]
 작성자   김지훈  등록일   2013-0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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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은 토끼의 죽음]

어느 날, 호랑이가 일곱 모의 두부를 함지박에다 넣어 들고 집을 나섰어. 그 두부를 동이와 바꾸어 오려고 말야. 근데 집 밖으로 나오니 마침 저 쪽에서 토끼 한 마리가 깡충깡충 뛰어오고 있는 거야. 그런데, 이 토끼는 마음도 나쁘고 아주 약은 토끼였어. 반대로 호랑이는 마음이 아주 너그럽고 착했지. 그 호랑이가 마음이 너그럽고 착하다는 걸 알고 있는 토끼는 심심하던 차에 마침 그런 곳에서 호랑이를 만나 잘 됐다고 생각했지. 골려줄 수 있으니까 말야.

‘가만 있자, 오늘은 저 호랑이를 어떻게 골려 준담?’

이런 생각을 하며 토끼는 먼저 호랑이를 보고 아주 깎듯이 인사부터 했어.

“호랑이 아저씨, 안녕하세요? 그런데, 아저씨는 지금 어디 가는 길이세요?” 하고 물었지.

“응, 토끼야, 잘 있었니? 난, 이 두부를 동이와 바꾸어 오려고 장에 가는 길이야. 내겐 지금 동이가 필요하거든.” 하고 호랑이가 대답했어.

“예, 그러세요. 근데, 아저씨, 그 두부는 모두 몇 모예요?”

토끼는 호랑이가 들고 있는 함지박을 바라보며 이렇게 물었지. 호랑이는 별 걸 다 묻는다 생각하고는 모두 일곱 모라고 말해 주었어. 그러자, 토끼는 일곱 모나 되는 많은 두부를 본 적이 없다고 보여 달라고 부탁했어. 마음씨 좋은 호랑이는 토끼의 속셈이 어떤 건지도 모르고 그만 두부를 토끼에게 성큼 내 주고 말았지 뭐야.

토끼는 두부를 받아 들고는,

“한 모, 두 모, 세 모, 네 모, 다섯 모, 여섯 모, 일곱 모, 이야! 진짜 꼭 일곱 모네요. 그런데요, 호랑이 아저씨, 동이와 바꾸려면 이렇게 많은 두부를 주지 않아도 된단 말예요. 호랑이 아저씨는 마음씨가 너무 좋아서 탈이거든요. 아저씨, 부탁인데요. 이 맛있는 두부를 한 모만 제가 먹어 보면 안 될까요? 네, 부탁이예요.”

하고는 계속 졸랐어. 계속 침을 꼴딱꼴딱 삼키며 토끼가 부탁하자 호랑이는 그만 마음이 약해져서 두부 한 모를 토끼에게 내 주었지. 토끼는 두부 한 모를 받기가 무섭게 날름 한 입에 넣어서 먹어 버리고는 또 다시 호랑이에게 아양을 떠는 거야.

“있잖아요. 호랑이 아저씨, 정말 맛있네요. 또 군침이 돌아요. 제발 한 모만 더 주시면 안될까요? 아저씨, 부탁이예요. 예?”

하면서 말야. 호랑이는 토끼의 말을 듣고는 ‘저렇게 좋아하는데.....’ 생각하며 다시 두부 한 모를 토끼에게 주었어. 토끼는 이번에도 받자마자 날름 먹어 치웠지. 그러는 혀 끝으로 입가를 싸악 핥으며 또 말을 걸었어.

“호랑이 아저씨, 이 두부는 정말로 맛이 있네요. 저도 돈이 있으면 한 모 사다가 먹고 싶을 정도예요. 하지만 제겐 돈이 없으니 어쩌면 좋아요?”

토끼가 능청스럽게 이렇게 말하자 마음씨 좋은 호랑이는 ‘토끼가 정말 두부를 좋아하는 구나’ 생각하고는 한 모를 더 주었어. 꿀돼지처럼 먹기를 좋아하는 약은 토끼가 어디 그걸로 물러서겠니? 그걸 낼름 다 먹고는 잠깐 있다가 이렇게 말했어.

“호랑이 아저씨, 저 있잖아요. 아저씬 정말 마음씨가 좋은 분이세요. 제가 벌써 두부를 세 모나 먹었잖아요? 근데요, 세 모를 먹으나 더 먹으나 본디의 일곱 모가 아닌 건만은 마찬가지거든요. 맞지요?”

그러면서 말하기를 주저하자 호랑이는 너무 궁금해서 무슨 말이냐고 물었어. 그러자 토끼가 다시 말했지.

“있잖아요, 제게 돈이 생기면 갑절로 갚아 드릴께요. 그 두부 한 모만 더 먹게 해 주시면 안될까요?”

하면서 이번엔 전혀 엉뚱한 소릴 하는 거야. 마음씨가 어진 호랑이는 토끼의 그 말을 곧이 들었지. 그래서 또 두부 한 모를 주었거든.

한편 토끼는 호랑이가 화를 내지 않자 요리조리 계속 호랑이를 속이고 꾀어서 결국 두부 여섯 모를 다 빼앗아 먹었어. 호랑이에게는 이제 두부 한 모 밖에 안 남았지. 이렇게 되자 토끼는 이제 볼 일을 다 보았다는 듯이 안녕히 가세요란 인사 한 마디만 남기고는 그 곳을 떠나 버렸어. 미안하다는 말도 한 마디 안 하고 그냥 깡충깡충 달아나 버리는 거야.

그러나 참을성이 많고 마음이 너그러운 호랑이는 아무 말이 없었어. 그냥 나머지 두부 한 모만 들고 다른 곳으로 가서 아주 작은 동이와 바꾸었지. 이렇게 두부와 동이를 바꾸어 가지고 돌아오던 호랑이는 또다시 길에서 그 약은 토끼를 만났어.

“아니, 호랑이 아저씨, 도대체 그게 뭐예요?”

토끼가 이상하다는 듯이 물었어.

“응, 이거 말이냐? 이건 아까 그 두부로 바꾸어 오는 동이란 물건이다. 왜 넌 처음 보니?”

“예, 아저씨. 아저씨, 그거 잠깐만 만져 봐도 돼요?”

이러는 거야. 호랑이가 아무 생각 없이 동이를 토끼에게 주었거든. 근데 토끼는 그 동이를 받자 땡글땡글 두들겨 보기도 하고 빙글빙글 돌리기도 하는 거야.

“어허, 토끼야, 그 동이 이리 내 놓아라. 그렇게 함부로 두들겨서는 안 된다. 이 동이는 조금만 부딪쳐도 깨진단 말야. 큰일나겠다. 이리 줘.”

호랑이가 이렇게 주의를 주는 데도 토끼는 계속 두드려 보고 돌려 보고 하는 일을 멈추지 않거든.

“이봐 토끼야, 두들겨서는 안된다니까. 넌 왜 그렇게 남의 말을 듣지 않니?”
하고 호랑이가 다시 주의를 주려는데, 토끼가 그만 그 동이를 산산조각내고 말았어. 이러자 마음씨 좋은 호랑이도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지. 화를 버럭 내면서 토끼를 잡아 쥐려고 했거든. 그러나 본래 약삭빠른 토끼라 호랑이에게 잡히기 전에 얼른 도망쳐 버렸어.

일이 이렇게 되자 호랑이는 더욱 더 화가 났어. 그럴수록 토끼는 더 날쌔게 도망을 쳤고 말야. 마음씨가 고약한 토끼는 도망을 치면서도 호랑이를 골려줄 방법만을 생각했지.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에 문득 용한 꾀 하나가 떠오른 거야.

이리하여 토끼는 어느 냇가로 갔어. 그리고 갑자기 꼬리를 냇물에 담그고는 호랑이가 그 곳으로 올 때까지 기다리고 있었어. 아니나 다를까, 잠시 후에 호랑이가 그 곳으로 달려 왔지. 그러나 토끼는 능청맞게 시치미를 떼며 호랑이를 조금도 겁내지 않는 거야. 이것을 본 호랑이는 너무도 이상스러워서 토끼에게 물어 보았어.

“토끼야 토끼야, 그게 무슨 짓이야? 너 거기서 뭘 하고 있니?”

이 말을 들은 토끼는 속으로 옳다꾸나 하고 생각했지만 시치미를 떼고 대답했어.
“호호호, 호랑이 아저씨, 이거 몰랐지요? 이렇게 하고 있으면 이 꼬리에 물고기가 많이 붙는단 말이예요. 호랑이 아저씨도 저처럼 해 보세요. 물고기가 잡숫고 싶다면 얼마든지 붙으니까요.”

물론, 그것은 그럴 듯하게 꾸민 토끼의 거짓말이었지. 그러나 고지식한 호랑이는 토끼의 능청맞은 이 말을 듣자 몹시 물고기가 먹고 싶어진 거야. 그래서 호랑이도 토끼처럼 긴 꼬리를 차가운 물 속에 담갔지.

“예, 됐어요. 그러고 잠시 동안만 잠자코 기다리면 틀림없이 꼬리가 무거워 질 거예요. 꼬리가 무거워지면요, 그건 물고기가 걸린 증거예요. 그 땐 꼬리를 힘차게 치켜 올리세요. 전 옆에서 잘 보고 있을 테니깐요.”

그리고 토끼는 몰래 물 밖으로 꼬리를 건져 내 놓았어. 그런데 그 때는 마침 추운 겨울이었거든. 고지식한 호랑이는 토끼의 말을 곧이듣고 추운 것도 참았지. 추운 날 긴 꼬리를 물 속에다 담그고 있었으니 어떻게 되었겠니? 두말할 것도 없이 호랑이의 꼬리는 물과 함께 꽁꽁 얼어붙고 말았지. 호랑이가 아무리 꼬리를 치켜 올리겨고 해도 꼼짝하지 않았지. 마음씨가 고약한 토끼는 호랑이가 꼼짝도 하지 못하자 배꼽을 쥐며 웃어댔어. 그리고는 호랑이의 몸뚱이에다 불을 질러 죽여 버렸어.

토끼는 이렇게 해서 호랑이를 죽이자 이번에는 그 호랑이 고기가 먹고 싶어졌어. 그래서 그 근처에 있는 농가로 가서 고기를 자를 식칼을 빌려 왔지. 그걸로 고기를 잘라 배부르게 실컷 먹었지. 토끼는 이처럼 나쁜 짓을 골라가며 하는 거야. 호랑이 고기를 실컷 먹은 토끼는 그 식칼을 들고 농가로 갔어. 농부에게 식칼을 빌려 주어 고맙다고 인사를 하고 나서는 자기 잇새에 낀 호랑이 고기를 빼내 농부에게 주는거야. 얼마나 얄밉겠니? 농부가 화가 나서 그 식칼을 토끼에게 집어 던졌지. 이 바람에 토끼는 겁이 나서 걸음아 날 살려라 하고 도망을 쳤지.그렇게 정신 없이 달리는 바람에 짐승들을 잡으려고 쳐둔 그물이 있는 것도 모르고 그만 그 그물에 걸리고 말았어. 아무리 그물에서 빠져 나오려고 바둥거려도 헛수고였지. 토끼가 이렇게 안간 힘을 쓰며 바둥거리고 있을 때 마침 똥파리 떼가 우우 날아왔어. 꾀 많은 토끼는 이것을 보자 또 용한 꾀 하나가 머리에 떠올랐지. 토끼는 그 파리들에게 부탁해 제 얼굴에다가 많은 알을 까게 했어. 그리고는 죽은 체하고 있었어.

잠시 후에 그물을 쳐둔 사람이 그 곳으로 왔지. 그 사람은 토끼를 보고는 좋아 달려왔는데, 그물에 걸린 토끼의 얼굴에 파리 알과 파리 떼가 뒤끓고 있는 것을 보고는 토끼가 이미 죽은 줄로만 알았어. 그리고는 그 곳으로 늦게 온 것을 후회하더니, 토끼를 버려 두고는 가 버렸지. 토끼는 ‘옳지 됐다’ 하고, 그제서야 마음을 놓고는 이빨로 오랫동안 그물을 물어 뜯고는 그 그물에서 빠져 나올 수가 있었어.

“야, 이제 살았다. 난 정말 운도 좋고 똑똑하단 말야.”

하고 중얼거렸지. 이런 여러 차례의 장난이 성공하자 토끼는 점점 더 장난을 치고 싶어지는 거야. 그래서 어떤 장난을 할까 하며 계속 궁리를 했지. 근데 이런 궁리를 계속 하고 있을 때였어. 그 때 이상하게도 단단하고 날카로운 것이 자기의 목과 허리통을 조르고 있다는 걸 깨달았어.

“아니, 이게 대관절 어떻게 된 일이지?”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토끼의 몸이 공중으로 훨훨 떠올랐어. 토끼는 큰 독수리에게 채었던 거야. 이 사실을 안 토끼가 얼마나 놀랬겠니?

‘아아, 이 일을 어쩐다? 난 이제 이 놈의 날카로운 부리와 발톱으로 찍히고 찍혀서 찢어지고 만다.’ 뉘우치고 뉘우쳐도 소용이 없었어.

그러나 본래 꾀가 많은 토끼는 그러면서도 어떻게 벗어날 수 있나를 골똘히 생각해 보았지. 바로 그 때였어. 독수리가 토끼에게 물었지.

“토끼야 토끼야, 대관절 넌 어디 가는 길이었니?”

하고 말야. 토끼는 옳지 됐구나. 이 독수릴 속여서 도망을 쳐야지 하고는 또 꾀를 냈어. 그러고는 시치미를 떼고 대답했지.

“호호호, 독수리 형님. 아, 형님은 제가 지금 어디로 가는지 모르고 계셨군요.”
“임마, 이 형님이 지금 어디로 가느냐고 묻지 않느냐?” 그렇게 어서 말하라고 재촉하자,

“독수리 형님, 전 지금 하느님이 부르셔서 그 곳으로 가는 길이예요. 이처럼 귀중한 제 몸뚱이에다 형님이 지금 손을 대신 겁니다. 아시겠어요? 저를 채 가시려면 채 가셔도 좋지만요. 나중에 형님이 하느님의 벌을 받으셔도 전 모릅니다.”

이런 능청맞은 거짓말을 또 했어. 스스로 생각해도 참 용한 거짓말을 했다고 생각하며 흐뭇했지.

한편 독수리는 토끼의 말을 듣고 매우 놀랐어. 그리고 몹시 겁도 났고 말야. 하느님에게 벌을 받을 생각을 하니벌써부터 몸이 오들오들 떨리는 거야. 그리고 토끼를 채고 있는 발톱에 점점 힘이 빠지고 말야. 독수리의 발톱에서 힘이 빠지자 토끼의 몸뚱이는 발톱에서 빠져 나왔지 그래서 어떻게 되었겠니?

높은 공중에서 땅바닥으로 물구나무 서듯이 호되게 떨어졌지. 땅바닥에 떨어진 토끼가 이번에도 살아났을까? 천만에. 이번만은 진짜 하느님의 벌을 받았나봐. 땅에 떨어져 몸뚱이가 완전히 가루가 되어 버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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