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폐암 걸려도 살 만해요” … 수술 후 5년 생존율 67%
 작성자   운영자  등록일   2014-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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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암 걸려도 살 만해요” … 수술 후 5년 생존율 67%

 불치병 아닌 만성병 시대

 

영국 록밴드 비틀스 멤버인 조지 해리슨, 미키마우스를 탄생시킨 애니메이션 제작자 월트 디즈니, 재즈 음악가 루이 암스트롱, 개그계의 대부 이주일…. 이들은 모두 폐암으로 사망했다. 불과 10여 년 전만 해도 폐암 진단은 ‘사망선고’로 인식됐다. 이상 징후를 발견해 병원을 찾았을 땐 이미 말기로 진행된 상태라 손쓸 새도 없이 죽음에 이른다. 하지만 암 전문가들은 더 이상 폐암은 ‘절망의 암’이 아니라고 입을 모은다. 아직까지 다른 암에 비해 생존율은 낮지만, 만성질환처럼 꾸준히 치료하고 관리하면 극복할 수 있는 암이라는 것이다.

 

암센터 이강현 원장이 폐암 5년 극복 환자들에게 왕관을 수여하고 있다.폐암 5년 생존자 “암 더 이상 두렵지 않아”

“폐암이라는 만만치 않은 상대를 잘 극복하신 여러분이 오늘의 주인공입니다.” 지난달 22일 국립암센터에서 ‘제8회 폐암 극복 격려식’이 열렸다. 폐암 진단 후 국립암센터에서 치료받으며 5년 이상 생존한 환자 200여 명이 대강당을 가득 메웠다. 그중에는 암을 조기에 발견해 수술을 받고 완치한 환자도, 폐암 3·4기 진단을 받고 몇 번의 고비를 넘긴 환자도 있다.

이날 폐암 5년 극복 환자를 대표해 격려상을 받은 이태자(68·여)씨는 후자에 속한다. 2009년 2월 폐암 3기 판정을 받고 항암·방사선 치료 과정에서 전이·재발·항암제 부작용 등 여러 차례 위기를 겪었다. 처음 진단받은 병원에서 “폐암 3기는 길어야 1년 반”이라는 간호사의 말에 아들은 충격을 받고 못 마시던 술을 입에 대기 시작했다. 이씨는 “왜 하필 나에게 이런 병이 생겼나 절망했지만 가족 앞에선 담담한 척했다. 그러다 밤에 혼자 몰래 이불을 뒤집어쓰고 펑펑 울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하지만 투병 5년이 지난 지금, 이씨는 ‘폐암과 함께 살 만했다’는 생각이 든다. 이씨는 “항암제를 복용하면서 연극·영화를 보러 가고, 봉사활동을 하며, 노인대학에 다녔다”며 “돌이켜보면 일반인과 크게 다르지 않은 삶을 살았다”고 말했다. 잘 버티기 위해 채소·과일 위주로 든든히 챙겨 먹고, 매일 한 시간씩 운동하며 끊임없이 움직였다. 하루 종일 항암주사를 맞고 지쳐 쓰려졌을 땐 일기를 쓰거나 성경을 베껴 적으며 마음을 다스렸다. 현재는 항암제를 끊은 지 1년에 접어든다. 이씨는 “폐암 하면 처음엔 ‘죽음’을 떠올렸지만 이제는 ‘나와 함께 살아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지금 살아 있다는 것에 감사할 뿐”이라고 말했다. 이씨의 주치의인 국립암센터 이진수 종양내과 교수는 “10년 전만 해도 ‘폐암 치료 후 5년 이상 사는 사람이 있느냐’는 질문에 확답을 주지 못했다. 하지만 이제 폐암 극복 격려식에 참석한 환자들이 그 질문에 답할 것”이라고 말했다.

‘폐암=사망선고’ 옛말 … 장기 생존도 가능

우리나라 사망 원인 1위인 암, 그중에서도 폐암에 의한 사망률이 가장 높다. 2012년 우리나라 전체 암 사망자의 22.6%인 1만6654명이 폐암으로 사망했다. 발병률은 갑상선암·위암·대장암에 이어 4위인 반면 사망률은 최고치다. 초기 증상이 없을뿐더러 다른 암에 비해 암세포의 공격성이 강하고 변형·전이가 잘되는 탓이다.

이런 가운데 폐암 극복 격려식에서 국립암센터가 발표한 폐암 환자의 치료 성적은 학계의 주목을 받을 만했다. 2008~2009년 국립암센터의 폐암 수술 환자 419명 중 5년 이상 생존한 환자가 280명으로 67%였다. 3명 중 2명이 암을 극복한 것이다. 또 올 7월까지 국립암센터에서 수술받은 전체 폐암 환자 총 2948명의 5년 생존율은 66.6%였다. 1기는 84.2%, 2기는 61%, 3기는 45.1%의 생존율을 보였다. 10년 생존율은 53.7%에 달했다. 국립암센터 이영주 교수는 “폐암은 다른 암에 비해 여전히 생존율이 낮지만 그렇다고 예전처럼 ‘폐암=죽음’을 의미하진 않는다”며 “각종 진단·치료법이 발전해 상황에 따라 장기 생존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실제 2013년 중앙암등록본부 국가암등록통계에서도 우리나라 전체 폐암 환자의 5년 생존율은 1993~1995년 11.3%에서 2007~2011년 20.7%로 2배가량 뛰었다.

전문가들은 폐암 생존율이 증가한 원인으로 ‘환자 맞춤형 치료’를 꼽는다. 이영주 교수는 “사람마다 궁합이 잘 맞는 항암제가 있다. 그것을 찾아 적용하는 것이 곧 부작용을 줄이고 치료 효과를 높이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대표적인 것이 표적항암제다. 표적항암제란 정상 세포까지 공격하는 기존의 항암제와 달리 발암 과정의 특정 표적인자만 선택적으로 공격해 암세포로의 변이를 방해한다. 부작용은 적고 치료 효과는 좋다. 이영주 교수는 “과거 일반적인 항암제만 있었을 때는 4기 폐암 환자에게 9개월 정도 살 수 있다고 말했다”며 “하지만 현재 표적치료제가 잘 맞는 환자는 평균 생존율이 3년 이상”이라고 설명했다.

방사선 치료도 마찬가지다. 암의 위치·크기에 따라 적용하는 방사선 세기·방향이 달라진다. 최근에는 암세포만 조준해 파괴하는 양성자요법이 치료 성적에 기여한다. 기존 방식보다 적은 양의 방사선으로 종양을 파괴하는 대신 정상 세포에 주는 피해는 최소화한다.

정기검진으로 인한 조기발견, 수술의 정교화, 다학제 진료도 폐암 생존율을 향상시키는 배경이다. 이영주 교수는 “과거에는 수술 이후 합병증 때문에 사망하는 환자가 많았지만 최근 수술법이 표준화·정교화돼 그런 경우가 드물다”고 말했다. 최근 일부 종합병원에서는 다학제 진료를 적극 시행한다. 영상의학과·종양내과·호흡기내과·흉부외과 등 각과 전문가가 모여 진료의 방향을 설정하고 치료 방법을 결정한다. 의사 한 명이 전담할 때보다 진단이 정확하고, 최선의 치료법을 적용하므로 치료 효과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암과 더불어 살아가는 시대

이처럼 치료 성적이 향상되고 있는 상황에서 암을 대하는 일반인의 태도·인식도 변화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죽거나 완치하거나’라는 이분법적 접근이나 ‘수술로 잘라내야 산다’는 인식이 대표적이다. 이진수 교수는 “더 이상 생존·극복·완치라는 개념에 얽매여선 안 된다”며 “이제 암은 불치병보다 만성병에 가깝다”고 설명했다. 예컨대 전이된 폐암4기 환자는 완치를 기대하기 어렵지만 인슐린으로 당뇨병을 조절하듯 항암제로 꾸준히 치료하면 장기 생존도 가능하다. 학계에서는 이미 ‘암과 더불어 살아가기(living with cancer)’라는 개념이 자리잡고 있다.

암에 걸리면 죽는다는 전제조건의 ‘암 생존자’라는 말도 ‘암 경험자’로 바꿔야 한다는 게 이진수 교수의 설명이다. 이 교수는 “ ‘완치하세요’ ‘쾌유하세요’보다 ‘암 가지고 잘 사세요’라고 말할 수 있는 사회 분위기가 형성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출처 - 중앙일보 오경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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