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암보다 무서운 낙상(落傷)
 작성자   운영자  등록일   2017-0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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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보다 무서운 낙상(落傷)

 

내가 사는 아파트에서 멀지 않은 곳에, 운이 좋게도 신분당선 지하철역이 생겼다. 개찰구에 카드를 들이대며 머리 위를 올려다보면 전동차의 위치가 한눈에 보인다. 이미 지나갔거나 두어 정류장 앞에 있으면 다행인데, 지금 곧 들어오고 있으면 본능적으로 뛰게 된다. 문명의 이기(利器)가 때론 사람을 잡는다. 전력질주를 하다가 넘어지는 사고가 잦다.

‘별안간 넘어지는 낙상사고’가 노인들에게는 치명적이어서 1년 6개월을 넘기기 어렵다는 의학적 보고가 있었다. 한국인에게 암보다 더 무서운 질병이 넘어져서 다치는 낙상(落傷)이다.

지난해 발표된 한국인 질병 부담 순위에서 낙상은 7위에 올랐고 간암과 위암은 1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나이가 들면 근육과 뼈가 약해져 낙상으로 인한 후유증이 오래가기 때문이다. 65세 이상 인구의 3분의 1이 매년 한 번 이상 낙상을 겪는다.

그럼 노인들은 왜 잘 넘어질까. 다리가 약해서, 또는 정신이 흐려지거나 시력이 감퇴되기 때문인 줄 알지만 그게 아니란다. 지난해 5월호 내과의학 학지에 발표된 연구결과를 보면, ‘내이전정(內耳前庭)’ 기능장애 때문이라고 한다. 내이전정은 귀 안쪽에 있는 기관으로 균형을 감지하는 기관이라고 한다. 균형감지에 이상이 생기니 잘 넘어질 수밖에 없다, 60세 이상 노인들 50%가 내이전정 기능장애자라고 알려져 있다.

사람은 내이전정에서 오는 신호와 더불어 시각과 촉각을 이용해 균형을 유지한다. 그런데 내이전정에 이상이 생기면 균형을 유지하기가 어렵게 된다. 내이전정 기능장애의 원인은 노화가 주원인이고 흡연, 고혈압증 당뇨병 탓일 수도 있다고 전문가들이 말한다.

미국의 질병관리 및 예방센터의 통계에 의하면 매년 미국에선 넘어져 사망에 이르는 사람이 1만5000명이 넘는다는 집계가 있다. 더 큰 문제는, 넘어져 다치는 사람은 곧 남에게 의존해 살게 되므로 양쪽이 다 개인의 자유를 잃는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그럼 대비책은 없을까. 잘 넘어지지 않도록 하자면 균형운동이 필요하다. 처음엔 뭣이든 한 손으로 잡고 단단한 마루 위에서 한발로 서는 연습을 하고 나중엔 아무 것도 잡지 않고 한발로 서는 연습을 한다. 그 다음엔 눈을 감고 연습을 반복한다. 자리에서 일어설 땐 서서히 일어서고, 뭣이든 한 손으로 잡고 계단을 오르내려야 한다.

놀랍게도 한발로 서서 양말을 신다가 넘어져 다치는 노인이 많다. 가장 위험한 낙상사고는 의자를 밟고 올라서서 뭘 꺼내다 넘어지는 것이다. 욕조에서 미끄러져 다치는 경우도 허다하다.

이에 의사들은 한밤중 자다가 화장실을 가는 대신 요강을 쓰도록 하는 게 좋다고 조언한다. 목숨이 왔다 갔다 하는 판이니 부끄러워할 일이 아니다.

양손에 물건을 들고 걷는 것은 위험하다. 넘어져도 한 손으로 땅을 짚으면 골반에 충격을 덜어준다.

요즘처럼 해빙기에는 낙상사고에 더욱 주의해야 한다. 특히 쌓여있는 낙엽 아래는 아직 빙판이기 때문에 산행은 조심하는 편이 좋다. 습관적으로 넘어질 때 손을 짚다가 팔을 다치기 십상이다.

도심에서도 두 손을 호주머니에 넣고 걷는 건 ‘자살행위’나 다름없다. 늦추위에도 외출 땐 장갑이 필수다.

 

 출처 - 한국보험신문 정영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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